> 성대현·조영희 씨 부부가 베들레험 공동체 식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부끄럽습니다. 저희들의 작은 실천이 과하게 포장되는 것 같아 오히려 죄송스럽습니다. 더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포항 송라면 대전리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생활하는 성대현(53·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부 근무)·조영희(46) 씨 부부는 12일 하루 종일 축하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포항문화방송이 제정한 '삼일문화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작 성 씨 부부는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포스코 동료들은 이들 부부를 '성인(聖人)처럼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박우열 홍보팀 리더는 "장애인 시설을 드나들며 봉사하는 사람은 많지만, 성 씨 부부는 아예 그들과 함께 집을 지어 생활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손발이 되고 가족이 돼주고 있으니 성인으로 비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성 씨 부부가 장애인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성 씨가 갑작스런 심장마비 증세로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고, 나누는 삶을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와 보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이들 부부는 또 부상으로 받는 1천만 원에 대해 "우리 집에는 몸이 힘든 사람뿐 아니라 마음이 힘든 사람들도 많이 찾는데, 이들을 위한 쉼터 마련 종잣돈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씨 부부의 이번 수상 과정도 화제거리다. 다른 수상자들이나 추천대상자들은 단체장이나 지역 유지급 인사들로부터 근사한 추천서를 받거나 공적조서를 꾸몄지만, 성 씨 부부는 주말마다 이 곳으로 봉사활동을 나오는 포항제철고 2학년 추모(17) 군의 '이런 분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나'는 정도의 편지 한 장이 추천서의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문화방송 관계자는 "한 고교생의 편지를 보고, 성 씨 부부에 대해 알아본 심사위원들이 이설없이 대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9일 포항문예회관에서 열린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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