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08년 08월08일 (말복) 날씨: 맑음
산행지: 다름재
산행자: 홀로
산행코스: 정령치~만복대갈림길~월성치~다름재~솔봉~지리산온천
산행거리:11km, 산행시간:4시간
개요
백두대간 만복대(만복대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1km지점)에 分枝하는 산줄기는 다름재를 지나서 영제봉을 낳고
구례와 남원을 이어주는 국도가 지나는 밤재를 지나 견두산과 천마산을 이으며 구례의 병방산에서
섬진강과 사시천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한다.
이 산줄기는 지리산의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으로 산악인들도 잘 찾지 않으나 이 줄기가 전하는
인문적인 요소는 다른 어느 곳 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줄기를 중심으로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도경계이며, 전북 남원시와 전남 곡성군, 구례군을 나누는 郡界이기도 한
이 산줄기를 중심으로 선유폭포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요천에 합수되고 만복대 아래 엔 골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사시 천에 흡수되어 섬진강물에 합수되어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이 산줄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여 하나의 이름을 붙여 말하기 곤란하다.
초기에는 “섬진기맥”으로 불렸으나(조석필님) 후에 이 지맥을 답사한 신경수님은 “백두만복천마지맥”으로 이름 붙였고,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답사를 한 지역민들은 “구례지맥”(산경표님등)이라 이름 붙였다.
또 한 신산경표 저자이신 박성태님과 함께 답사를 하신 남해의 정병훈님은 산 행기에서 이름은 붙이지 아니하고
“지리산변방산줄기” 라고 하였다.
모두가 타당성이 있는 훌륭한 이름이나 이 줄기가 전해 주는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느낌은
구례군 산동면 원촌리와 남원시 수지면 호곡리의 경계에 있는 견두산이 第一이므로
“견두지맥 혹은 호두지맥"으로 부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나의 소견임을 밝혀둔다.
진행도
산행글
뱀사골에 와 머문지 4일 째 되는 날 동생(이하 털보(애칭)로 칭한다)이 운영하는 가게에 친구가 찾아와
일손을 도와 준다고 하니 내가 할 일이 없어 져 버렸다.
이럴 땐 틈새를 보아 산으로 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지라 오래전부터 벼르던
또 하나의 미답지 견두지맥을 답사하기로 한다.
뱀사골에서 정령치까지 가는 차편이 골치 아팠는데 털보가 픽업 해 준다고 하니 모든 것 해결되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하여야 견두지맥 39.5km구간을 13시간대에 마칠 것 같아 새벽 04시에는 산행 길에 들기로 하였다.
인천에서 내려올 때 가지고 온 배낭이 45L여서 30L짜리로 빌리고 휴대폰 충전하고 디카 밧데리 충전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도시락 싸고~~
03시30분 털보를 깨워 산행 길 나선다.
뱀사골에 오는 날 겨울이면 많은 적설량 때문에 자가용은 무용지물이라 1.5톤 쎄렉스로 차량을 바꾸었다는
털보의 설명을 들었던 터라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조수석에 올라 오늘 산행 길에 대해
조용히 생각 해 보니 어느 듯 정령치에 도착을 하게 된다.
털보를 고마움 마음으로 돌려보내고 스패츠 착용하고 들머리에 오르면서 카메라를 꺼내 on 시키니
~어럅쇼~
작동이 되지 않는다.
이상하여 밧데리 카버를 열어보니
-아뿔사-
전날 밤 충전기에 꽂아 놓은 밧데리를 깜박하고 챙기지 안했었나 보다
버스 지나고 손든 격이라 이미 떠나버린 털보에게 전화 해 본들 아침에 떠나면서 가져왔을리 만무하고 ....
순각적인 갈등을 느끼게 된다.
언제부터 문명의 이기에 물들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산행시간 기록하고 기억하기 복잡한 곳은
녹음으로 해결하고 했는데 산행을 접을까?
갈등을 느낀다.
이른 아침 자가용 2대가 정령치에 올라 일출을 보겠다고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것에 유혹을 느껴서....
그래도 산행은 해야지...암..해야하구 ~말구..
순각적인 유혹을 떨쳐 버리고 어둠속의 나무계단길 오르기 시작하니 03시30분이다.
정령치에서 만복대 오르는 1시간여의 산행 길은 꾸준하게 올라야 하는 경사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구간이다 이슬에 젖어 있는 너덜 길은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전망바위에 올라 어둠에 깔린 고기리방향 백두대간 길과 덕두산으로 이어지는 태극종주길
삼성산의 세 봉우리의 하늘 금을 조망하면서 잠시 동안 쉬어 간다.
전망바위에서 만복대 갈림길에 이르는 길은 원추리무리와 각 종 야생화 반겨주지만 디카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
이슬에 젖어들기 시작한 바짓가랑이의 싸늘한 촉감은 한 시간 후 신 발속까지 젖어 온다.
1시간여의 진행 끝에 갈림길에 도착하여 백두대간을 보내고 우측(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니
커다란 암릉이 나타나 여기에서 일출을 볼까 기대 했으나 내 팔자에.....
물 한 모금 마시고 곧 바로 진행하기로 한다.
여시서부터 월계리와 선유폭포를 넘나드는 안부까지 가는 길은 9부능선을 좌,우로 우회하는 산죽 밭이지만
길은 이미 산죽에 파묻혀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미끄러운 등로에 수 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연주가 시작되더라.
(참고: 월성치(엔골)에서 선유폭포를 넘나드는 고개를 “다름재”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나,
이 재는 “월계치”이다(산동에 거주하시는 원로님에게 확인함) 아울러 “다름재”는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의 정상으로
보고 있으나 다름재 못 미처 있는 안부를 이름이다.
영제봉 역시 1150봉으로 주장하나 지도상 표기되어 있는 877.9봉이 맞으며 산 동쪽에서는
“국사봉” 또는 “국시봉”이라 부른다. 산이 높다고 하여 무조건 지도상의 표기를 무시하고
높은 산이라 하여 무조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월성치가 시작되면서부터 산죽 길을 끝이 나고 잡목과 복분자 덩굴이 엉키기 시작하면서 산행길 더디게 하는데
반듯하게 걸어가면 가시덤불에 얼굴이 긁히고 거미줄에 포로되어 머리를 숙이면 베낭이 걸리고 허리를 최대한 낮추어
예의를 갖추어야 진행길 열어 주는데 심한 구간은 낮은포복을 원하더라..
가시덤불을 뚫고 월성치 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엔 골이 보이고 우측은 선유폭포 내려가는 길이지만
내가 진행해야할 마루금은 길이 없어진지 오래라 우측의 전나무 밭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요강바위 오르는 길은 우회길이라 정상에 있는 요강바위를 볼 수 없으나 짐작만으로 산정에 있을 것이란 생각만 남긴 채
이름 없는 무명 봉에 오르니 벽계남 선배님 표시기 반겨주고 반평 남직한 공간이 있어 잠시 쉬려고 배낭 벗어놓고
물병을 찾는데 커~엉,커~엉 곰 우는 소리 들리기 시작한다.
지난 2006년 태극종주 때 하봉아래서 정면으로 부딪쳤던 쌍불을 켜고 있는 시커먼 놈 생각 나 만사 제쳐두고 내 살려라...
도망가기 시작했는데....
울어대는 소리 또 들으니 곰하고 인연이 많은 가 보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자 서두르지만
여기서부터 다름재 까지는 싸리 밭과 억새라 지금까지 진행 해 온 길보다 더욱 힘들게 한다.
엎친 데 덮친다고 스틱으로 헤집은 길을 따르니 절벽 끝이라 되 돌아오는 길에 나무뿌리 걸려 넘어지면서
스틱 부러지고 왼손중지 손가락 끝마디 부러지고~~
그래도 도망은 가야지.....
다름 재를 지나고 등로길 삼거리에 도착을 한다.
직감적으로 오른 쪽이 영재봉 가는 길이 맞는 것 같은데 표시기는 왼 쪽으로 모두 붙어 있어 의아심 있었지만
2년 전 심나니능선 야간산행 때 길을 잃고 도움 받았던 선배님 표시기가 걸려있으니 의심할리 만무하고
표시기 따라 100m진행하니 무명봉 정상이 나타난다.
곰 우는 소리 잠잠 해 지고 어느 정도 심신이 안정되어 도시락 챙겨먹으면서 산행도 펼쳐보니
여기가 지도상에 표시된 “다름재”로구나...
의심할 여지없이 포만감을 가지고 산행 길 따라 진행하니 임도가 나타나고 우측으로 다른 산줄기 나타나
이상히 여기고 다시 한 번 지도정치 해 보니 참으로 “ 아뿔사”로구나!
어찌하여 이리로 흘러왔단 말인가!
꼭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라 ..그래도 혼자이기 망정이지 동행자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되돌아갈까? 생각 해 보지만 그 놈의 곰 때문에 엄두는 나지 않고....
지리산 온천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임도에서 10여분 진행하니 임도삼거리 나오는데 "능선삼거리 묘재0.6km,음양샘0.5km,"이라 구례군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때 시간이 08시 10분이다.
임도삼거리부터 지리산온천까지는 구례군에서 벌초를 해 놓아 어느 도심의 산책길과 다름이 없으며
솔봉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만복대~성삼재~종석대의 조망이 천하일경이라 대형알바를 한 창피함도 잊는 지
오래라 그저 좋기만 하다.
다름 재에서 묘재까지 이어지는 소나무밭은 멧돼지가 일구어 놓은 밭이라 이놈들 만날까 걱정도 되었지만
곰도 만난 나인데 너희들 만나야 놀랄 내가 아니지 했는데...
입이 방정이라고 여기 저기 뛰는 놈들 또 만나니 소름이 돋기는 마찬가지라....
혼자서 주절거리며 오솔길 따라 내려서니 묘재라 이르는 이정표 나타나고 200미터 아래 음양샘 표시기 가리키지만 지리산 온천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산행 후
엔 골의 용추 천에서 흐르는 물에 멱 감고.....
할머니 집에 들려 소주한 잔에 된장찌개 먹고 점심에 먹을 도시락 준비하여 남원행 버스타고 밤재 터널에서 내려
다름 재까지 역으로 진행하여 산줄기 있고(이구간은 견두지맥 산행글에 표함시키기로 함) 다시 밤재로 돌아 와
지나는 다마스 히치하여 구례로 이동하는 중 산경표님 전화하니 지리산 산줄기 답사하고 거림으로 하산 중인데
구례로 와서 뱀사골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거림에서 구례까지 오는 것도 거리가 먼데 뱀사골까지 이동은 호강이라 오늘 말복 날이고 하니 백숙이나 먹자고 하여
구례에서 만나기로 하고 백숙집 찾아보지만 어디에 숨어 있는 지 보이질 않고 10분동안 "백숙집 찾아 삼만리" 로구나.
산행 때보다 더 많은 비지땀 흘리며 찾아 낸 곳이 오리집이라(구례터미널 옆에 있는 “우리집” 훈제가 일미였음)
그 곳에서 만나는데 바지는 찢어져 있었고 팔목에 상처투성이라 “어디를 다녀오는데 그러냐?”고 물어보니
개척코스 다녀 왔는데 갈 곳이 아니라 하니 "초록은 동색"이라 우리는 또 한 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소리에
그 후로 산경표님은 출근 때문에 순천으로 나는 남원으로 이동하여 뱀사골에 왔다.
후기
견두지맥 길 떠났다가 곰 우는 소리에 놀라 지도정치를 하지 않은 愚를 범하는 산행이 되었다.
선배님의 표시기를 믿고 따라가기는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님의 표시기에는 지리온천 가는 길이라고
표시기 상단에 써 놓았는데 이 마저 읽어보지 못하는 우매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산행 후 신경수 선배님께 전화하였더니 웃으시더라..
따라 웃었다....
멋 쩍어서리...
구례에서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산경표님도 웃기만 하고...
이 번에는 비실 비실 웃었다.
실성한 놈처럼..
뱀사골에 도착하여 이야기 하니 산에서 사는 자기들도 다니지 않는 길인데 이해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들이었다.
길도 없고 잡목과 가시덤불, 싸리나무밭으로 우거진 이 길을 다시 가야 하는데
기회만 엿 보다 23일에 가기로 하였으나 비 소식 때문에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빗 길에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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