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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 자유로운 글

by 운해 2008. 9. 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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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효산

 

진부령 굽어 돌아 해발 520

을지부대 앞에서 신끈을 고쳐

39구간째 이어 온 대간 종착점

파닥이는 새가슴처럼 할딱이며  걸었다

비인지 안개인지 분간이 안되는

적막만 가득한 분단의 현주소 위를

 

이정표 하나 없는 임도 34키로

산새도 울지 않는 능선길 돌 때

분단의 한 복판에 앉은 홍안으로 핀 들꽃

어설프지 않는 향기로 눈짓을 한다

출렁거리는 고독을 안고

 

뿌리가 드러난 참나무 한 그루

세월은 가도 상처는 남아

무너진 비탈에 서 흐느끼고 있다

갈 수 없음도 서러움인데

실비가 보태 주는 눈물 한 종지

 

하늘도 찢어 놓은 녹슨 철조망

바람도 소스라치며 지나가는데

수많은 핏물이 땅을 적시고

셀 수 없는 젊음이 산화되어 간

이 고지 저 능선에 새겨진 절규

반세기 넘도록 돌아 누운 실재 위에

굳어져 버린 싸늘한 시간을 녹여 

언제쯤 분계선 훌쩍 건너서

백두산까지 이어진 길 걸을 수 있을까

 

구름 머무르는 해발 1293 정상아래

정갈하게 쌓아 올린 돌향로 위로

산안개 조용히 휘감고 돌 때

마른 가슴에 염원을 지펴

그리움 한 올 피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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