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봉
효산
진부령 굽어 돌아 해발 520
을지부대 앞에서 신끈을 고쳐
39구간째 이어 온 대간 종착점
파닥이는 새가슴처럼 할딱이며 걸었다
비인지 안개인지 분간이 안되는
적막만 가득한 분단의 현주소 위를
이정표 하나 없는 임도 34키로
산새도 울지 않는 능선길 돌 때
분단의 한 복판에 앉은 홍안으로 핀 들꽃
어설프지 않는 향기로 눈짓을 한다
출렁거리는 고독을 안고
뿌리가 드러난 참나무 한 그루
세월은 가도 상처는 남아
무너진 비탈에 서 흐느끼고 있다
갈 수 없음도 서러움인데
실비가 보태 주는 눈물 한 종지
하늘도 찢어 놓은 녹슨 철조망
바람도 소스라치며 지나가는데
수많은 핏물이 땅을 적시고
셀 수 없는 젊음이 산화되어 간
이 고지 저 능선에 새겨진 절규
반세기 넘도록 돌아 누운 실재 위에
굳어져 버린 싸늘한 시간을 녹여
언제쯤 분계선 훌쩍 건너서
백두산까지 이어진 길 걸을 수 있을까
구름 머무르는 해발 1293 정상아래
정갈하게 쌓아 올린 돌향로 위로
산안개 조용히 휘감고 돌 때
마른 가슴에 염원을 지펴
그리움 한 올 피워 올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 2009.01.24 |
---|---|
새해가 밝았습니다. (0) | 2009.01.03 |
游山歌 -최 영 수- (0) | 2008.08.28 |
[스크랩] 일주일간의 기록! (0) | 2008.02.25 |
두문동 72현록 ( 杜門洞 七十二賢錄 ) -goguli - (0) | 2008.01.10 |